도심거울
장종희
나를 기억하는 그대여
어찌 그대는 나라고 할 수 있는지요.
진득한 먼지가 쌓이기 전
그대 품에 있을 때는
나는 화려한 외모였지만
이제는 세상살이에 바랜
초췌한 그림자로 보여지는군요
세찬 바람과 삭막한 온기가
온 몸에 감돌 때 마다
혼탁한 그을림을 흡수하며
길들여지는 그대
온 몸으로 회색비늘을 걸치며
말없이 허무한 시간사슬을
그려놓고 있는 그대
언제나 나를 지켜봐주는
이름없는 등대처럼
오늘도 다소곤히 반겨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