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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광고 위기론’에 대하여

인터넷광고 위기론’에 대하여

한국 사람들의 냄비근성 탓일까… 최근 업계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분위기가 바뀌어도 너무 바뀌었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2000년 한해는 어느 닷컴 기업 사장님의 이야기처럼 ‘천당과 지옥을 다 맛본 한 해’였다지만, 이것은 어쩌면 투자에 국한된 이야기일런지도 모른다. 투자를 받아서 자금이 안정화된 후에 중장기간의 인큐베이팅 기간을 거친 후에야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 벤쳐의 특수성인데 이것이 감안되지 못하고 너무 시장이 죽어버렸다는 변명아닌 변명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지만, 사실 투자자들도 처음에는 이것을 믿었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회의의 발단은 이렇다. ‘엄청난 투자를 받고 자금을 가진 닷컴 기업들이 수억 짜리 이벤트를 하고 TV광고도 해대고 해서 수백만명의 회원을 모은 것까지는 봤는데, 그럼 이제 수익이 나와야 하는 시점 아니냐, 지금도 나오지 않는 수익이 더 기다리고 더 투자한다고 나올 가능성이 도대체 얼마나 되느냐…’ 미국의 IT산업의 침체분위기와 함께 조그마한 희망 조차 점차 식어들기 시작한 투자자들의 불만과 위기감은 계속 고조되고 있으며 항간에는 투자자와 닷컴 사장들 사이에 투자금 환수 때문에 싸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이 때 닷컴 기업의 변명 중의 하나는 ‘아마존을 봐라, 제프 베조스 회장의 이야기처럼 벤쳐는 당장 눈 앞의 수익보다는 좀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지금은 시장의 파이(pie)를 키우고 거기서 더 많은 파이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한 시점이다 좀 더 기다려달라…’라는 것이다. 다시 투자자의 항변. ‘아마존은 못 버는 것이 아니라 안 버는 것이라는 변명도 통하지, 아마존은 매출액이라도 많지 않나? 그런데 당신들은 매출액조차 기대 이하이니 불안하지 않을 수 있는가… (빨리 돈이나 돌려줘!)’

어쨌건 작금의 닷컴 기업들의 화두는 어떻게 ‘수익’을 창출하느냐의 문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상품판매를 통해, 광고수입으로, 컨텐츠 유료화로, 솔루션판매로 다양한 수익원에 대해 부심하고 있는 최근 업계의 분위기 중 특이한 것은 극심한 ‘광고 회의론’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쥬피터 커뮤니케이션즈 등 미국 유수의 인터넷 관련 조사전문 기관들은 배너광고의 클릭율이 현저하게 저하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발표를 하고 있으며, 국내 모 대기업은 이미 오래 전에 당분간 인터넷 광고 예산을 집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또 국내 유명 검색엔진과 신문사 등의 광고단가도 고시가보다 현저하게 낮은 가격으로 네고(negotiation)가 되고 있다고 한다. 닷컴기업의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영업담당자들을 만나보면 광고수주가 예전보다 많이 어렵다는 이야기와 심지어 ‘이제 광고는 맛이 갔잖아요?’라며 다른 수익원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흔치 않게 들린다.

인터넷 광고가 맛이 갔다… 그럴지도 모른다. 업계에 있는 필자 조차 무슨 특이한 배너가 나왔는지에 대해 흥미가 떨어졌고 쏟아붇기 식의 이벤트를 통해 모은 회원 DB가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 회의감을 가진지 오래이다. 고객들은 더욱 그러할 것이다. 검색엔진이나 신문사 사이트에 들어가는 주목적이 광고를 보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얻기 위한 것이니 흔히들 이야기하는 광고단가 산정 단위인 뷰(view)니 임프레션(impression)이니 하는 것은 별 가치가 없어 보인다. 또 번쩍번쩍하는 직사각형의 배너를 보면 으레 광고라는 인식을 사전에 갖고 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이를 회피하려는 심리를 가진 사람들도 있다. 혹은 설사 광고를 클릭하고 성대한 경품잔치에 참여하거나 회원으로 가입했다고 하더라도 당첨결과가 발표되고 나면 방문의 빈도는 현저히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인터넷 광고가 기존의 매스미디어 광고와는 달리 멀티미디어가 되니, 원투원이 되니, 인터랙티브하다느니 등의 화려한 수사에 걸맞지 않게 느닷없이 찬밥 신세가 된 이유가 도대체 뭘까?…

유명 인터넷관련 조사기관들의 보고에 의하면, 배너광고의 클릭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인터넷 광고 시장은 아직도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즉, 아직도 닷컴 기업들의 주수익원으로서 광고는 버린 자식으로 취급할 필요가 없다. 어쩌면 아이(광고)는 멀쩡한데 부모(업체)가 괜히 병신을 만들어버리고 있는 현실이 아닐까? 또, 솔로몬의 재판에서 나오는 것처럼 두 여인이 서로 자기 아이라고 주장할 때 아이를 죽여버리라고 했을 때 친어미는 그것을 마냥 보고만 있을 것인가?

광고를 이 모양으로 방치해 둔 것은 어쩌면 닷컴 기업 자체의 문제에서 발단한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도 별 다를 바 없지만, 닷컴 기업이 초창기에 광고주를 영입할 때 제시하는 ‘광고제안서’를 보면 첫 페이지는 삐까뻔쩍한 칼라에 멋있는 그래픽으로 치장하고 몇 장 넘기면 자사의 확보 회원수와 인구통계프로필이 나온다. 그리고 다음 장을 넘기면 ‘인터넷 광고의 특장점’이라고 해서 위에서 잠깐 언급한 ‘멀티미디어가 되고, 원투원이 가능하고, 인터랙티브를 통해서 고객의 관심을 끌 수 있고…’ 등등의 현란한 수사가 으레 등장한다. 다 좋다. 분명히 이것은 사실일 수 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인터넷의 특장점을 살려서 광고를 집행하고 있는 곳이 과연 있어왔던가? 말만 뻔드러하게 이것을 강조해 왔지만 실제로 이렇게 집행을 하였던 곳이 얼마나 되고, 지금에 와서도 이런 방식의 광고를 수행하고 있는 곳이 과연 얼마나 되나?

‘잘 되면 자기 탓, 못 되면 조상 탓’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인터넷 광고에 대한 위기감이 나오고 있는 것은 오히려 ‘내 탓이오’ 운동이라도 한 번 생각해 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광고 외의 다른 수익원인 상품판매나 컨텐츠 유료화 등의 분위기가 호전이 되고 있는 것도 나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전반적인 분위기 때문에 광고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묵사발이 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매스미디어에서 사용해 오던 ‘광고(廣告)’라는 말은 인터넷에서는 ‘적고(的告)’나 ‘개고(個告)’라는 개념으로 인식이 전환되어야 한다. 인터넷이 원투원이 가능한 매체라면 이러한 매체의 특성에 맞게 집행이 되어야 하며, 인터넷이 인터랙티브한 매체라면 이러한 매체의 특성에 맞게 메시지가 구성이 되어야 한다. 시대는 디지털 시대인데 생각하는 것은 디지털 이전 시대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어떤 방향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환시켜 가야 하는가는 자명하다.

설사 향후 인터넷광고가 진짜로 회의적이 될런지는 몰라도, 지금 그리고 아직은 ‘인터넷광고 위기론’이 아니라 ‘닷컴기업 자성론’을 이야기할 때이다…

출처 : 대한상공회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