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글로벌경영은 지속가능한 성장엔진과 핵심역량을 만들어내는데 있어 중요한 기회요소이다. 글로벌경영 시스템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으며, 치열한 경쟁의 파고 속에서 생존게임에서 살아남는 기업만이 이익과 성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런만큼 대기업의 경영전략과 최고경영자의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글로벌기업으로 손꼽는다면 삼성그룹이 될 것이다. 수십조의 영업매출과 소비자의 트랜드를 미리 앞서서 제품화시키는 선두기업이다. 최근에 출간된 소니과 소니 도서는 삼성의 성장엔진과 수익을 창출하는 대기업의 분석서이다. 삼성 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으며 삼성과 경쟁관계인 소니와의 관계를 조망해 볼 수 있다.
출처 : 교보문고
소니와 삼성전자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많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소니가 1946년에 창업하여 약 60년 이상의 연륜을 지닌 회사인 데 비해, 삼성전자는 1969년 설립되어 연륜으로는 소니의 절반 정도에 그치고 있다. 또한 소니가 모리타와 이부카 두 명의 창업자가 2차 세계대전 후에 벤처 형태로 설립한 기업인 데 비해, 삼성전자는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에 무역상으로 창업한 삼성그룹의 계열사로 출발했다. 삼성전자는 삼성그룹의 일환으로 기업문화와 경영 시스템을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소니와 삼성전자는 기업의 미션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소니는 창업 초기부터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워크맨과 같은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해 소비자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것을 근본적인 기업이념으로 삼았다. 반면 삼성전자는 '반도체는 전자산업의 쌀' 또는'산업보국'이라는 말로 축약되듯이 전자산업의 기간이 되는 주요 부품을 생산하는 임무를 강조하고 있다. 더욱이 일본과 한국의 문화적인 차이 역시 두 기업을 비교하는 데 유의해야 할 점이다.
소니와 삼성전자는 주력 사업이 서로 다르다. 소니가 전자 사업 이외에도 영화, 음악과 같은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부문의 사업 비중이 높은 것에 비해, 삼성전자의 제품 포트폴리오는 전자산업에 집중되어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그룹의 계열사이고, 삼성그룹은 보험, 금융, 중공업, 화학 등 다양한 산업에 진출하고 있으나, 삼성전자의 경영진은 전자산업에 집중하고 있다. 한편 소니가 최종 소비자를 대상으로 전자제품과 음악, 영화, 보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B2C적 사업 구조를 갖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LCD패널의 사업 모델은 부품 사업의 성격이 짙고, 휴대폰 역시 국가별로 차이는 있으나 소수의 통신 사업자를 중심으로 판매한다는 점에서 B2B에 가깝다. 이와 같이 서로 주력하는 사업 분야가 다른 두 기업을 직접 맞대어 비교하는 것은 일견 적절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와 같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소니와 삼성전자의 비교는 많은 시사점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두 기업을 비교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소니와 삼성은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고 있는 회사라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디지털가전 부분, 즉 텔레비전, DVD, 오디오, 캠코더, 디지털 카메라 등은 소니와 직접적으로 경쟁하고 있으며, 휴대폰 사업에서도 소니에릭슨과 삼성전자는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있다. 한편 소니와 삼성전자는 보완적인 사업 구조도 갖고 있다. 삼성전자와 소니는 LCD생산 합작투자를 함으로써, 삼성전자가 갖고 있는 LCD기술과 소니가 갖고 있는 제품개발기술을 결합하여 두 기업 모두에게 경쟁우위를 제공하고 있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소니에게 드램과 플래시메모리 등을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소니로부터 디지털 카메라에 필요한 CCD, 배터리 등을 공급받고 있다. 이처럼 함께 경쟁하고 협력하는 두 회사를 비교함으로써 우리는 전자산업의 공통적인 산업 추세에 이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해왔는지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소니와 삼성전자를 비교함으로써 전자산업에서 급변하는 외생적 기술변화에 따라 기업의 경영 성과가 얼마나 빨리 달라질 수 있으며, 이러한 변화에 기업들이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가에 대한 함의를 도출할 수 있다. 전자산업은 특히 창업자나 CEO가 쫓겨나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티브 잡스도 한때는 자신이 설립한 애플(Apple)에서 쫓겨난 적이 있었고, 휴렛팩커드의 칼리 피오나(Carly Fiona)도 성과 부진을 이유로 이사회에서 해임되었다. 애플은 매킨토시 컴퓨터가 윈도 기반 PC에 밀려 거의 도산할 지경까지 몰렸다가 스티브 잡스가 다시 돌아와 아이팟 같은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함으로써 기사회생한 전력이 있다.
이와 같이 전자산업에서는 기업의 흥망성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렇게 급변하는 환경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해 소니와 삼성전자의 사례를 비교함으로써 유용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두 기업은 지난 10년 동안 급격하게 진전되었던 전자산업의 디지털화에 대해 서로 다른 방법으로 대응해왔다.
소니가 네트워크 기술에 투자하여 하드웨어와 영화, 음악 등 콘텐츠의 시너지를 추구한 반면 삼성전자는 핵심 부품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삼성전자의 CEO인 윤종용 부회장은 “핵심기술의 첨단에 서 있고 생산기술을 마스터하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3) 이와 같이 디지털 기술과 같은 동일한 외생적 변화에 대해 소니와 삼성전자가 달리 대응한 방법을 비교함으로써 각 기업이 취한 전략의 강점과 약점을 비교해볼 수 있다.
셋째, 소니와 삼성전자는 아시아, 즉 일본과 한국에서 출발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소니와 삼성전자는 일본과 한국의 전자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고, 둘 다 나름대로 성공적인 기업들이다. 아시아에서 출발한 기업들 중 대표적인 성공기업을 연구함으로써 아시아 출신 기업들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할 수 있다. 아시아의 기업들은 많은 경우, 아직도 창업자와 그의 가족이 소유하여 경영하고 있으며, 전문경영인체제로의 전환이 서구 기업보다 늦어지고 있다. 따라서 소니와 삼성전자의 비교연구는 창업자 세대와 그 가족의 소유 경영에서 전문경영인체제로 전환하는 데 나타날 수 있는 각종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소니와 삼성전자는 모두 글로벌 기업을 지향한다. 두 기업을 비교함으로써 아시아기업들이 향후 글로벌라이제이션을 추구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문제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소니가 삼성전자에 비해서 훨씬 일찍 글로벌화를 추진해왔으며, 현재 글로벌화에서는 훨씬 더 앞서 있기 때문에 소니가 경험한 글로벌라이제이션의 문제점은 후발주자인 삼성전자와 다른 아시아 기업들에게 큰 시사점을 줄 수 있다.
… 삼성전자는 이들 계열 내 부품 공급업체를 통해 단순히 낮은 원가로 구매할 뿐 아니라, 이들을 연결한 공급망관리(Supply Chain Management: SCM)를 만들어, 납기일과 재고를 현저하게 줄이고 있다. 2006년 삼성전자가 LCD TV부문에서 전 세계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르는 데 기여한 보르도 TV가 성공한 이유 중 하나도 삼성전자가 그동안 공급망관리에 투자해 재고를 줄이고, 납기일을 혁신적으로 향상시킨 노력의 결과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외국의 딜러가 주문을 하면 2~4주 내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와 같은 짧은 납기일은 단순히 오버타임에 의해서가 아니라, 각종 원자재를 적시에 공급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시장 수요의 증감, 트렌드, 과거의 경험, 시장점유율 목표 등을 넣어 수요에 대해 정확하게 예측하고, 이를 ERP와 연결하여 글로벌하게 최적화하는 시스템이다. 또한 수요가 줄면, 빠른 시일 내에 공급을 줄여서 재고를 줄일 수도 있다. 삼성전자 통신 사업부의 수원 사업장과 구미 사업장 근처에 위치한 부품 공급업자들 역시 삼성전자 통신 사업부의 빠른 디자인과 생산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들 벤더들이 소유한 R&D 인력 역시 1,000명이 넘어서 내부에서 소화할 수 없는 연구 프로젝트를 외부에서 조달하기도 한다.
소니(Sony)라는 4개의 글자는 그동안 소비자들에게 기발한 제품, 뛰어난 제품, 우수한 성능의대명사로 소비자에게 각인되어왔다. 서구의 일부 소비자들은 소니가 일본 기업이라는 사실을 모를 정도로 소비자에게 친근한 브랜드이고, 코카콜라, 나이키 등과 같은 수준의 글로벌 브랜드다. 그에 비해 삼성은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전혀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로 저가의 제품으로 인식되어 매장 안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신세였다.
이러한 소니와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2000년대에 들어서 역전현상을 보이고 있다. 인터브랜드(Interbrand)라는 컨설팅 회사가 평가한 브랜드 인지도 측면에서, 2000년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43위, 소니의 브랜드 가치는 18위였으나 2006년에 와서는 삼성이 20위에 올라선 반면 소니는 26위로 추락했다.
이와 같은 놀랄 만한 브랜드 가치의 역전은 삼성전자가 디지털 기술이 제공하는 기술혁신과 그에 따른 신제품 개발뿐만 아니라 마케팅 측면의 기회를 잘 활용하였기에 가능했다. 디지털 기술의 특징은 품질의 차이가 없기 때문에 후발주자가 따라잡기가 쉽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일본의 가전 기업을 추격할 수 있었던 만큼 중국기업 같은 후발주자들이 삼성전자를 쉽게 추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디지털 시대에는 아날로그 시대보다 더욱더 브랜드와 마케팅 전략이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자신의 브랜드를 강화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강점을 갖고 있던 휴대폰 사업에 모든 자원을 집중하고, 가전전문 유통채널을 전략적으로 육성했다. 반면 신제품 개발에 전적으로 의존했던 소니의 마케팅 전략은 1990년대 이후 소니의 신제품 개발이 주춤해지자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되었다. 또한 소니는 삼성전자와 달리 최종소비재에 주력하고 있었기 때문에 디지털화로 인하여 유통업자들의 교섭력이 상대적으로 증대하게 됨에 따라 더욱더 압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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