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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의하루/자유로운메모

은인과 원수를 다 잊는 것이 최상이다.

대학원 한 학기를 마치며 교수님께서 마지막 강의 시간에 채근담의 한 구절을 말씀해주셨습니다.
은인과 원수를 다 잊는 것이 최상이라는 내용인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내가 상대방에게 준 것을 잊어버리고, 받을 생각을 하지 않으므로
문제의 근원을 없애버릴 수 있다는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살아오며서 돈을 빌려간 친구들이 엄청 많이 있지만, 잊고 살고 있습니다.
너무 후덕진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지금은 모두 잊고 친구들이 어디서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怨因德彰. 故使人德我 不若德怨之兩忘.
원인덕창. 고사인덕아 불약덕원지양망.

仇因恩立. 故使人知恩 不若恩仇之俱泯.
구인은립. 고사인지은 불약은구지구민.

원한이란 덕으로 인하여 나타나는 것이니
사람으로 하여금 나를 덕으로 여기게 하기보다는
덕과 원한을 모두 잊게 하는 것만 같지 못하다.

원수는 은혜로 인하여 생기는 것이니 사람으로 하여금
나의 은혜를 알게 하기보다는 은혜와 구원仇怨을 모두
함께 없애는 것만 같지 못하느니라.

<채근담(菜根譚)>

[해설]

베푼 덕으로 인해 원한을 사게 되고 베푼 은혜로 인하여
원수를 맺게 된다 함은 분명 역설적인 것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런 예는 허다하다.

덕과 은혜를 베풀고는 깨끗이 잊어야지 만약 어떤 보답을 바란다면
그것은 원한과 원수를 사게 되는 실마리가 된다.

남으로부터 은혜를 입거나 덕을 받은 자인 경우,
보답을 충분히 한다면 문제는 달라지겠지만 대개의 경우는
보답도 하지 않으면서 자기 입장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도리어 은인을 헐뜯는 일이 있을 것이니 말이다.
 
따라서, 어떤 혜택을 준 경우 상대방이 그 사실을 잊게 만듦으로써
원한을 품지 않도록 하라는 교훈은 돋보인다.
그러기 위해서는 베푼 쪽에서 먼저 깨끗이 잊어야 함이다.


중종 때 정승을 지낸 안당의 집안은 송사련이란 인물의 모함에 의해 멸문의 화를 당하였다.

송사련은 안당의 아버지가 늦게 둔 첩이 데리고 온 딸의 자식이었다.
본래 후덕하기로 이름 난 안당은 불우한 송사련을 한 집안 식구처럼 여기며 돌보았었다.

그런데 안당의 아들 처겸이 심정 등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품고 있음을 알고는
역적 모의를 한다고 무고하여 마침내 안당 일가는 멸문의 화를 당했던 것이다.